글제목 : 몸으로 만드는 새로운 진리 조회수 : 1990
글쓴이 : 알지 날짜 : 2012-11-23 18:47:00 추천 : 0
현대물리학의 특징을 세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는 더는 천재적인 이론이 없다는 점, 둘째는 실험물리학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 셋째는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직관적인 깨달음으로 ‘유레카’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엄청난 장비와 컴퓨터의 도움이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실험 물리학이 중요해졌다. 노벨물리학상도 실험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간다. 생각으로 실험을 해보는 사고실험은 이제 불가능하다. 물리학에 활용된 수학이 뛰어난 법칙을 만들어 낸 지도 오래됐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행인지도 모르지만, 수학을 잘 다루는 물리학 전공자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실험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도 환경이 가혹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사능의 해를 몰랐던 퀴리 부부의 안타까운 사례도 있지만, 과거의 실험 물리학은 그래도 방 같은 곳에서 어느 정도 조작을 하면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3D 직종보다 더한 것이 실험 물리학의 현장이다. 《물리학의 최전선》(The Edge of Physics, 휴먼사이언스 출판)은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바이칼의 얼음 위, 남극점, 1km 땅속, 지중해의 바닷속, 사막이나 빛이 거의 없는 칠흑 같은 산속이 그들이 일하는 환경이다. 하는 일은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다 하나라도 발견하면 큰 이슈가 될 것들이다. 그만큼 발견하기 어렵다. 중간자, 힉스 입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뉴트리노(중성미자) 입자 등. 발견만 하면 노벨상 후보로는 1순위로 오른다.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하고 있지만 실패는 지속된다. 12년 동안 소금광산을 고친 곳에서 진행한 연구프로젝트는 원하던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끝났다. 수직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일 1km 밑으로 출근한 연구팀으로서는 10년의 인생을 소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크게 낙담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분이 간혹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있다. ‘구름 위에서 장풍 쓴다.’ 이 말의 뜻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황당한 이야기라는 뜻이 가깝다. 우주 창조의 비밀을 안고 있는 입자를 찾기 위해서는 10M 파섹(1파섹은 3.26광년의 거리, 즉 빛이 3,260,000년 동안 이동한 거리)에서 오는 것들을 흩어낸다. 그런데도 못 찾는 게 다반사다. 입자만이 아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한다. 별 빛의 변화를 통해 우주의 움직임을 찾기 위해서는 천체 망원경을, 전자파 형태로 오는 것은 라디오파 검출기를, 입자의 형태로 오는 것은 복잡한 입자 검출기를 활용한다. 또 나사와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우주 허블 망원경이나, 우주정거장, 무인 우주선을 통한 탐사 등이 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천문대는 수도원과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는 남성이 대부분인 천체 과학자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여성을 뽑지 않았다. 겨울 추위에도 10시간 넘게 별 하나를 추적하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2~3교대로 매일 돌아가며 몇 년간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에 버티는 사람이 용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영애가 주어진다. 발견한 항성, 행성 등에 원하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큰 발견을 한 경우는 노벨상이 주어진다. 허블도 그런 경우이다. 우주가 유지되는 상태이냐, 끊임없이 확장되느냐를 놓고 종지부를 찍은 것은 허블의 방정식이다. 우주의 중심에서 먼 거리 일수록 더 빨리 멀어져 간다.

거대한 장비, 오랜 시간의 노력, 수많은 사람의 참여는 한 천재의 탁월한 능력에 기반 한 물리학의 혁명적 발전의 시대와는 큰 구별이 된다. 특징적으로 보자면 발견, 혹은 관측을 통한 새로운 이론의 정립은 어느 한 사람 만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가끔 그런 일은 있었다. 발견한 사람과 열매를 따먹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그렇다. 유전자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왓슨-크릭은 사실 로잘린 프랭클린의 x선 회절실험의 결과를 해석하였을 뿐이었다. 최근 실험물리학에서는 이런 일이 더욱 빈번하다. 빅뱅시기에 복사된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자신들이 발견한 것이 우주 배경 복사임을 알게 된 사람들이 노벨상을 탔다. 상을 누가 받느냐를 떠나서보면 물리학은 이제는 토마스 군이 말하는 과학혁명의 구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천재적인 깨달음이 새로운 진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작아보일지라도 꾸준히 열심히 한 사람들이 물리학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볼 때도 이미 충분한 정보와 체계를 갖추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마련된 상태에서는,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함께 할 해당분야의 실천가들이 얼마나 진실 되고 적절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가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