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3차 세계 대전은 생물학 전쟁이 될까? 조회수 : 1885
글쓴이 : 알지 날짜 : 2012-11-23 18:45:00 추천 : 0
이기는 자가 정의인 전쟁은 대량 살상 무기의 각축장이다. 잠수함, 탱크, 미사일 등이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독가스와 핵무기였다. 바람을 등지고 뿌려진 염소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지표 아래인 참호로 스며들며 많은 살상을 일으켰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과의 전쟁을 끝낸 것은 원자폭탄이었다. 과학의 분야로 말한다면 화학은 1차 세계 대전에, 물리학은 2차 세계 대전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다면 생물학이 역할을 할 차례일까?

최근에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발전하고 있다. 특히 뇌 신경과학 분야는 괄목할 만하다. 인간은 왜 24시간 주기로 살고, 적당한 시간 잠을 자야 할까? 기억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등등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의 답이 찾아지고 있다. 이제 감정은 하트모양의 심장이 아니라 뇌의 작동에 의한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뇌의 특정부위가 다치면 도덕적 감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의에 대한 판단을 묻는 통계는 뇌를 다친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보통사람들은 열차의 선로를 바꾸어 다섯 사람과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 한 사람의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도덕적인 가책을 잘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한 사람을 철로에 밀어 넣어 다섯 사람을 살리려는 행동은 상대한 부담을 느낀다. 특정 뇌 부위를 다친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에도 주저 없이 한 사람의 희생을 선택한다.

도덕적 부담은 심리적 상처로 남기 쉽다. 중동에 파견된 많은 미군들은 귀국한 후에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특별한 의미도 없는 전쟁, 폭탄으로 죽어가는 동료들, 보이지 않는 적이 주는 공포, 총에 맞는 무고한 양민들의 모습이 주는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들의 사기가 좋을 리 없다. 일본은 군인들에게 필로폰이라는 환각제를 개발하여 전투력을 끌어내려고 하였다. 환각제는 여러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반면에 신경세포에 대한 조작을 통하여 공포감을 없애거나 도덕적 감성을 못 느끼게 된다고 생각해보자. 아프가니스탄이 제국의 무덤이 된 것은 무자헤딘들의 전투력 때문이다. 잘 아는 산악지역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잘하는 것도 있지만 죽는 순간까지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 종교적 인종적 혐오감의 기억을 심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환각상태에서 미녀들과 쾌락의 시간을 보내게 한 경험의 기억을 심어줄 수 있다면…….

영화의 주인공들은 총을 맞거나 상처를 입어도 버티지만 적들은 약간만 맞아도 쓰러진다. 뇌로 전달되는 고통이 주인공들에게는 특이하게 약화되거나 없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설정이다. 람보 같은 슈퍼 영웅의 싸움 모습을 보면서 뇌의 신경 체계에 교란이 온다면 어떻게 되는 가 상상해 볼 수도 있다. 무협지에 나오는 악당들이 사용하는 극악한 방법 중에 강시제련이라는 것이 있다. 산사람 혹은 죽은 사람을 강시로 만들어 싸우게 하는 것인데, 뛰어난 무공을 가진 사람도 이기기 힘들다. 완전히 목숨을 잃기 전까지는 팔이 잘리고 머리에 피가 나도 고통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인간을 이렇게 수단화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상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전쟁은 충분히 인간을 수단화 해왔다. 근거 없는 종교적 인종적 혐오감을 심어주고, 이기기 위해서 대량 살상 무기를 서슴지 않고 사용해 왔다. 그 이용에는 과학이라는 밑받침이 있었다. 과학의 가장 큰 지원자는 전쟁을 담당하는 국방이다. 이전에는 전쟁에서 물질과 인간 사이의 과학이 필요했다면, 이후의 전쟁은 인간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이 이용될 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에 대한 과학은 겨우 걸음마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낮은산)을 보면 전체로 보면 미약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어려운 난제들이 하나씩 풀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의 성취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동전의 양면처럼 과학적 발견이 독가스와 원자폭탄처럼 인류를 큰 위험에 빠트린 것도 사실이다. 약간의 과학적 지식이 있다면 생명공학, 뇌 과학 등이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실험실과 인간 사회가 분리되고,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겉도는 대화만 보일 뿐, 제대로 토론되지 못하는 현실은 장밋빛 유혹 뒤에 숨은 검은 죽음의 그림자를 놓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