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사람들 조회수 : 1522
글쓴이 : 알지 날짜 : 2012-11-23 18:49:00 추천 : 0
이탈리아 북부의 한 마을에서 과학자가 자살을 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만년의 작품인 <두이노의 비가>로 알려진 두이노의 한 호텔에서였다. 과학자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였고 브람스처럼 낭만적이고 감정 표현이 강한 음악을 좋아했으며 일상에서는 극히 우유부단했다. 1906년 어쩌면 노벨상이 주어질 지도 모를 해에, 열역학을 발전시킨 위대한 과학자 볼츠만은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했다. 어떤 사람이 선택한 죽음을 한 가지 이유로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볼츠만의 죽음에 학문적인 압박과 갈등이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어떤 물체든 뜨거운 상태에서 차가워지거나 그대로 있을 뿐, 외부 요인 없이는 스스로 뜨거워지지 않는다. 밀폐된 그릇에 공기를 넣고 그릇을 팽창시키면 안의 공기의 온도는 내려간다. 이런 현상들을 설명하는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볼츠만은 엔트로피를, 불규칙하게 운동하는 작은 입자들의 운동으로 인한 열에너지 변화의 방정식으로 설명하였다. 셀 수 없는 입자와 운동의 불규칙성은 방정식이 이상적인 입자를 가정하고 확률적 분석으로 귀결되도록 한다. 하지만 확률은 고전물리학이 주류였던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논쟁이 되고 있는 입자인 원자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은 여전했다. 원자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누구도 원자를 부정하지 않는다. 전자현미경 같은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여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항 투시 검색대는 겉옷을 뚫고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기계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직접 눈으로 보든 새로운 관찰 방법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어떤 입자의 존재는 논란이 된다. 볼츠만에 비판은 원자의 존재에 대한 가정에 대하여 더 강렬하였다.

동료교수들, 특히 소리의 속도 단위인 마하로 익숙한 마흐는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원자가 실재하는 것을 믿어야만 한다면 차라리 물리학자가 되기를 포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실증적인 관점을 가진 과학자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과학자 중 누가 더 과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과학은 보이는 것을 통해 세상을 보려는 입장과 보이는 않는 것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론이 논쟁하는 역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이후에 소립자,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를 이론적으로 추론한 사람과 이를 발견한 사람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이 주어졌다. 다만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그 입자들은 일반인들을 물리학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반면에 똑같이 볼 수 없지만 블랙홀과 같은 큰 천체는 높은 관심을 받는다.

빛을 내보내지 않는 천체인 블랙홀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도 복사(빛으로 열이 전달되는 것) 한다는 것을 밝혀 에너지의 형태로 나마 ‘볼 수’있는 천체라는 것을 증명했다. 우주에서 블랙홀처럼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암흑물질이 있다. 블랙홀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통한 중력장의 임계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추론된 존재였다면, 암흑물질은 은하 집단의 질량이 은하 각각의 질량과의 차이에서 추론되었다. 암흑물질이라는 말처럼 모호한 존재인 이것은 각각의 질량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물리학의 법칙을 흔들어 놓았다. 그 특이한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여러 차원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질로 추론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는 과학에서는 모호하다. 그 어려운 경계를 넘어설 때 과학의 뛰어난 업적이 만들어졌다. 《보이지 않는 세계》(휴먼 사이언스)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해 가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입자 물리학의 역사를 잘 담고 있다.

과학에만 보이는 것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말한 이후에 시장은 접근할 수 없는 절대가치가 되어있다. 보이지 않지만 절대적인 존재인 셈이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인문학은 과학의 사고체계를 적용해왔지만 경제학의 핵심인 시장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접근이 차단되어 있다. 지금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채로 그대로 두어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장이 왜곡된 결과인 독과점, 재벌문제와 철학자 김상봉이 주식회사의 경영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려는 사람들은 볼츠만이 당한 것 이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시장을 보이는 곳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은 시장으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