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이기적 유전자"들의 선거 이야기 조회수 : 1726
글쓴이 : 박옥균 날짜 : 2012-04-10 15:13:00 추천 : 0



‘이기적 유전자’들의 선거 이야기


한 유전자가 선거에 나왔다.
“우리가 남이가?”
“그럼 우리가 남이지! 니 내랑 유전자가 얼마나 같으노? 니맹키 비슷한 유전자는 4천 만 명이나 되. 니랑 남이 아니면 4천 만 명도 남이 아니지.”

그렇다. 사람들이 관습이니 지연이니 해서 헛갈리는 경우는 있어도 유전자는 분명히 알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에는 참으로 똑똑한 유전자들이 나온다. 진짜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타적으로까지 보이는. 일벌과 일개미들은 짝 짓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왕과 생식벌(개미)들이 교미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을 한다. 숭고한 희생의 바탕에는 비밀이 있다. 자신이 생식에 참여하면 자신과 같은 것 중에서 50%가 유전된다. 그런데 생식을 하도록 돕기만 하면 형제들이 늘어난다. 그 형제들의 유전자는 자신과 75%가 일치한다. 그러니 유전자는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들이 오래 살고 번영해왔다.

한 유전자가 또 나왔다.
“제가 좀 힘이 있습니다. 저를 보내주시면 누구보다 여러분의 소원을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힘이 있다니 잘 하겠네. 근데 쟈 유전자가 머여? 우리랑 같이 힘들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서민족 유전자여?”
“먼 말을 그리 혀? 쟈가 힘 쎄다고 말한 것 안 들었어. 힘이 센 사람이 우리 같이 약한 사람들하고 어찌 같을까. 우리랑은 애초부터 다르당게. 우리랑은 아무 상관없는 유전자여.”
“그러네, 그거 참 쉬운 건데. 쟈들 기름발린 말만 듣다 보면 가끔 헤깔린다 말여.”

똑똑하고, 잘생기고, 학벌 좋고, 돈 많고, 유명하고 한 유전자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 잘난 사람들이 90도로 절하고 손도 잡아주고 인사하니까 좋기는 한데, 선거 때 외에는 볼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국회에 가서 서민들을 위해서 했다는 것이 참 없다. 갈수록 살아가기 힘들어지니 말이다. 기껏 해놓았다는 것도 보면 온통 건설이다. 10원 땡전 한 푼 안 생기는 것임에도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좋겠거니 했다. 왠지 득이라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똑똑한 유전자는 안다. 빛 좋은 개살구 보다 물가가 떨어지고, 아이들 학비 안 들게 하고 병치레 비용 걱정 안하게 해주는 것이 진짜 좋은 것을.

‘사람’들은 한 번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선거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런 것 못 하는 것인 양 생각했다. 그런 것을 요구하면 나라는 망한다고 하니 걱정되고, 그런 말하는 이들은 ‘빨갱이’라고 할까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얼마 전 어느 동네 보니 선거한번 하고 나니 무상급식 한다고 내 유전자를 가진 내 새끼를 밥걱정 안하게 해주었다. 유전자가 역시 중요한 것이다. 유전자 말을 들어야 한다.

“열심히 복지 하겠습니다. 민생 챙기겠습니다.……”
“말하는 것 보니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네유”
“그러면 저 양반 만날 떨어져서 불쌍하니 그 사람 뽑을까 싶네요.”
“아녀, 그래도 0000당이여!”
“무슨 소리,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당이 과거에 무엇을 했고, 출마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봐야 하는 거여!”
“이 바들 봐! 지금 사람들을 봐. 못 살겠다고 죽고 있잖아. 자식 낳아도 버리고. 언제 우리가 그런 적 있었어? 어떤 유전자가 자살하는 것을 선택하겠어? 지금 사람이 죽어도 한 자리씩 하고, 여태껏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유전자는 다 우리 유전자하고는 상관없는 것이여! 이제 죽어가고 고통 받고 비정규직으로 내쫓기는 사람들이 나가야지. 그런 사람을 뽑아야 혀!”
“맞네. 맞아. 자네가 제일로 ‘진화된’ 유전자네.”

똑똑한 유전자는 자신과 같은 유전자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활동한다. 나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거나 유사한 유전자들을 위해서 하는 ‘이기적’인 선택은 결국 이타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