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영서 지음 | 김동성 그림
2009-01-09
9,500원 | 192쪽 | 223*152mm (A5신)
종합평점 : 5 ( 2 명)
천주교 탄압이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천주학쟁이로 몰려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필사쟁이로서의 길을 가는 아이 \'문장\'을 통해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 책엔 다른 역사 소설처럼 어떤 교훈 따위도 없고 나라를 구하거나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시대적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 서쾌나 홍 교리, 기생이지만 인간을 존중할 줄 아는 미적 아씨 같은 따뜻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도리를 배울 수 있고, 허궁제비와 같은 인간을 등장시켜 나쁜 인간들을 만날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은근슬쩍 가르쳐 준다.

또 아름다운 그림은 어떤가? 모든 그림이 아름답지만 글을 읽어주는 전기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누각 주변에 모인 사람들과 눈부신 오얏 꽃잎, 반딧불과 개울, 휘엉청 떠 있는 달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을 그린 그 그림은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 전기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폭 빠져 들고 싶게끔 만든다.

언제부턴가 아이들 동화에도 자극적이고, 산과 악이 뚜렷하며 영웅이 등장해야만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요소 하나도 없이 이토록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 서녘 서(西)
2. 복숭아꽃 오얏꽃 핀 동산
3. 회화나무 위의 그림자
4. 서유당(書遊堂)
5. 아름다운 피리, 미적
6. 동녘 동(東)
7. 믿은 죄
8. 담장에 기댄 그림자
9. 쓸모 많은 고자질쟁이
10. 필사쟁이, 장이
11. 마음 시중
12. 봄밤의 이야기 연회
13. 해 기우는 서쪽 창
14. 낙심이
15. 책과 노니는 집

심사평 : 새로운 역사동화의 장을 열다
  •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노니는 곳.
    이매지 | 2009년 08월 15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보다 표지에 끌려 읽게 된 책. 표지에 책을 안은 한 남자아이. 아이의 배경으로 보이는 많은 책. 아이는 무슨 일을 하고, 아이에겐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하며 읽어가기 시작했다. 뒤표지에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권장'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어린이 뿐만 아니라 영, 정조 시대에 관심이 있거나 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밑에서 홀로 살아가는 장이는 필사를 업으로 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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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보다 표지에 끌려 읽게 된 책. 표지에 책을 안은 한 남자아이. 아이의 배경으로 보이는 많은 책. 아이는 무슨 일을 하고, 아이에겐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하며 읽어가기 시작했다. 뒤표지에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권장'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어린이 뿐만 아니라 영, 정조 시대에 관심이 있거나 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꽤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밑에서 홀로 살아가는 장이는 필사를 업으로 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중 서학(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는다. 책을 사갔던 사람들에 대해 함구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혹 자신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을까 이들 부자를 직접적으로 돕지 못하고, 아버지는 장독이 올라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는다. 홀로 남은 장이는 책방 주인인 최 서쾌의 도움으로 그의 밑에서 책을 배달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책이라면 신물이 날 법도 했지만, 장이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장이는 여느 때처럼 최 서쾌의 심부름으로 홍 교리에게 책 배달을 가게 되고, 홍 교리와 교류를 하며 장이는 한층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서학 세력을 잡아내기 위한 명령이 떨어지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애초에 자국민에 의해 학문으로 전해졌다는 특징이 있다. 양반과 평민의 구분이 강했던 조선 사회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하는 서학은 분명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학문이었다. 그 때문에 나라에서는 꾸준히 서학 세력을 없애려고 노력했고, 이 책에 등장하는 것 같은 박해가 몇 번이나 등장한다. 언문이 나와 신분에 상관없이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글을 읽을 수 있었던 사회였지만 아직도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어려운 학문도 존재하는 상황. 홍 교리처럼 높은 벼슬에 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타인을 수용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놈들이 글을 배우면 기어오른다고 생각했던 많은 양반도 있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장이는 그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며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며 살아간다. 단순히 어린 소년이 큰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그의 성장이 맞물려 장이도, 조선 사회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역사 소설이지만 노골적으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선악의 대결이 그려지며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뻔한 교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하는 미적 아씨나 홍 교리, 하는 짓은 얄미워도 사랑스러운 낙심이, 겉으로 보기엔 엄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최 서쾌 등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가 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을까 싶었다. 읽으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절로 무릎을 칠만 한 부분들이 있어서 아직 책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한 아이들이 책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네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답을 물을 책도 있고 심심하고 답답할 때 재미를 줄 책도 있지 않느냐. 네 아버지가 살던 때와 네가 커서 살 세상은 다를게다'라는 홍 교리의 말처럼 책이 주는 재미를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완성도 있는 내용에 한 폭의 그림 같은 삽화까지 잘 어우러져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삽화 속에 그려진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좋은 동화책 한 권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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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꿈꾸는 역사 동화
    하늘바다 | 2009년 12월 28일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속에 주인공 장이가 들어가 있다.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은 그리 녹록치 않은 소재다. 소재 속에 만만치 않은 사건들이 예상되나 기대보다는 잠시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앞섰다.     지루한 이야기 속에 좋은 그림만 넣어서~하지만 내 불손한 기대는 단숨에 깨졌다. 역사책 혹은 역사 동화책이 다 교훈적이다 라는 건 이제 식상한 이야기이나 그래도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느라 동화에서는 저만치 비켜있기 일쑤다. 혹 너무나 역사적 사실을 알리느라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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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속에 주인공 장이가 들어가 있다.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은 그리 녹록치 않은 소재다. 소재 속에 만만치 않은 사건들이 예상되나 기대보다는 잠시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앞섰다.    


    지루한 이야기 속에 좋은 그림만 넣어서~하지만 내 불손한 기대는 단숨에 깨졌다.


    역사책 혹은 역사 동화책이 다 교훈적이다 라는 건 이제 식상한 이야기이나 그래도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느라 동화에서는 저만치 비켜있기 일쑤다. 혹 너무나 역사적 사실을 알리느라 급급하여 재미를 놓치거나 아니면 마구 지어낸 상상을 역사까지 마구 상상하게 만들게 되어 자칫 설화가 돼 버리기 십상이다.  


    책과 노니는 집은 처음에는 시대적 배경이 조선 후기일뿐 그다지 역사 동화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역사에 대한 설명보다는 책과 필사쟁이, 그리고 책을 빌려 주는 세계에 대한 소개가 참 좋았다.   


    첫 시작은 아픈 아버지를 옆에서 간호하는 장이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장이의 시선을 놓지 않고 파헤쳐 가는 천주교 박해 사건에 우리는 함께 휘몰리고 함께 어리둥절해 한다.


    등장 인물들 모두 멋지다. 아름다운 피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미적.  그리고 홍교리. 낙심이라 하지만 생김새만큼 야무진 아이. 마음을 챙겨가며 책을 빌려주는 최서쾌. 진심을 담아 책을 파는 서점아저씨 마음이랄까.
    여기서 낙심이는 사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아이다. 그 야무짐과 놓치지 않음과 당당함, 그리고 순수함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김동성 작가의 그림은 볼수록 마음이 편안하고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두 장면을 꼽아 본다.





    미적아가씨 이름과 그림 속 인물이 정말 딱 떨어진다. 낙심이 모습도 귀엽다. 


    그리고 또 꿈꾸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한장면 




    낙심이에게 심청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이. 오두이처럼 다정해 보이는 이모습 이장면은 풀그림이 아니어서 아쉽다. 


    이 책의 가장 으뜸은 책의 제목이다.


    책과 노니는 집. 정말 읽을수록 탐나는 제목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저자 소개를 먼저 읽는다. 그런데 이 책과 노니는 집의 저자 소개를 보고는 웃음이 나왔다.  


    작가 이영서 -책상 앞에 앉아서 십 분도 못 버틸 만큼 산만하다. 이야기 한 편을 쓰자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백만 번쯤 하기 때문에 다리에 알통이 생길 지경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용을 쓰고 있다. 건국대학교대학원에서 동화창작을 공부하였고, 쓴 책으로 <말썽쟁이 티노를 공개 수배합니다>가 있다.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한 작가 소개. 이 산만하다는 작가가 펼치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고 기대에 찼다. 그리고 이제는 이영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된다.






    네가 하는 일은 지식을 배달하는 일이야 – 23쪽


    이 한마디가 그저 그런 책 배달 혹은 심부름꾼을 근사한 멋진 일을 하는 아이로 바꿔놓았다. 이런 재주가 참 부럽다.


    하지만 예전 책들에는 나는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 옛날은 재미난 책들이 없어서 고서들도 재미나게 읽혔나 보다 하니 명쾌한 해답이 등장한다.


    어렵고 재미없어도 걱정 마라. 네가 아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어려운 글은 반복해 읽고,살면서 그 뜻을 헤아려 보면 '아, 그게 이 뜻이었구나!'하며 무릎을 칠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에는 어려운 책의 깊고 담백한 맛을 알게 되지.






    많이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랬구나, 그렇구나 하며 문장들을 곱씹을 때가 있다. 앞으로 더욱 그럴 날이 많겠지. 마치 십대 때 읽은 어린 왕자와 이십 대 때 읽은 어린 오아자 그리고 30대 읽는 어린 왕자의 느낌이 다 다르듯.






    이 책은 시집이 아님에도 내가 가장 시어처럼 반한 문장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다.






    간 밤에 무슨 이야기를 쓰셨어요?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줄 이야기를 썼지.






    얼마나 머리 속이 맑아지는지 얼마나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지 나는 나도 그런 이야기 쓰고 싶으면서 이 작가가 미치도록 부럽다.






    예전에 나는 책을 쟁여두고 마치 장식하듯 꽂아 두었었다.


    게중에는 홍교리의 서가처럼 안 읽은 책 읽다만 책도 많았다.


    그래도 보면 뿌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이 거의 없다. 아이책만 수두룩. 그 이유는 어느 선생님 말이 책은 장식용이 아니다라는 말에


    나는 내가 곱게 읽은 책을 열심히 밑줄 긋고 메모를 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곤 했다.


    꼭 다시 볼 책만 남기곤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밑줄도 메모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줄 때 그건 내 생각의 강요다 싶었기 때문이다.


    책과 노니는 집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다. – 78쪽


    내가 책을 사 모으느라 몰골이 누추하다. 책이랑 정분이라도 난 것인지 읽고 싶은 책을 못 얻으면 안절부절못하지. 여인네들이 몸치장하듯 소품 마련하는 데 괜한 돈을 쓰질 않나. 이 책상도 최고급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이야. 홍문관에 들어가 받은 첫 녹봉을 털어 산 게지. – 85쪽


    사실 그렇다 우리는 고급 책갈피를 사고 고급 책표지를 사고, 혹 구겨질까 혹 낙서가 될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책 마니아라면 다 아는 이야기. 그런 쏠쏠한 이야기들이 책과 노니는 집 속에 마음이 담겨 기분이 참 좋다. 이해해 주는 동무를 만난 듯해서.


    작가는 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듯하다. 단지 역사적 사실 하나만 소재로 딱 골라잡은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책에 대한 성찰과 곱씹음이 느껴진다.


    책을 쓰는 작가에게 책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뻔한 하지만 더 확실한 답도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네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답을 물을 책도 있고, 심심하고 답답할 때 재미를 줄 책도 있지 않느냐. 네 아버지가 살던 때와 네가 커서 살 세상은 다를 게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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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를 이은 필사쟁이 장이!
    책방꽃방 | 2011년 04월 22일
    이 책 드문 드문 그려 넣어진 삽화가 참 이쁘다. 이야기 또한 그에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며 우리의 역사속에서 처음 자리를 잡으려던 천주교에 대한 우리 선조들이 보여주었던 좋지만은 않은 상황속에 꿋꿋이 자신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장이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시대에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던 천주학이 달가웠을리 만무하다. 신분이 높은 양반들이 천주학이 이 땅에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반대하고 핍박해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참 많았던 그들이 누구나 평등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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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드문 드문 그려 넣어진 삽화가 참 이쁘다. 이야기 또한 그에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며 우리의 역사속에서 처음 자리를 잡으려던 천주교에 대한 우리 선조들이 보여주었던 좋지만은 않은 상황속에 꿋꿋이 자신의 몫을 다해 살아가는 장이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시대에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던 천주학이 달가웠을리 만무하다. 신분이 높은 양반들이 천주학이 이 땅에 발도 붙이지 못하도록 반대하고 핍박해서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참 많았던 그들이 누구나 평등하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행복했을까?

    필사쟁이 아버지와 살면서 언문을 깨치고 책읽는 재미를 알아가던 장이는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베꼈다는 이유로 곤장을 맞고 죽게 되자 장이는 책방 어른의 집에 맡겨져 책 심부름을 하며 자라난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데다 자신이 재밌게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하던 장이는 낙산 아래 소문난 기생집 도리원에 드나들며 울고있던 낙심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인연을 맺게 되고 낙심이의 심통에 혼도 나지만 허당제비로 인해 난처했던 상황을 잘 해결해주기도 한다. 홍교리댁의 서재인 '서유당'에도 들락거리며 홍교리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심부름하는 일이 마냥 즐겁다. 누구나 자신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꾸 이야기하고 싶고 보고 싶어 지기 마련!



    '하여튼 오늘밤 도리원의 조촐한 이야기 연회가 좋더구나, 양반, 기생, 장사꾼, 부엌데기,,,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재미난 소설을 들으니 논어나 맹자를 읽을땐 번번이 졸았는데 언문으로 된 이야기를 들으니 귀가 트이고 가슴이 뚫리지 뭐냐.'            ---p156

    쉽게 읽히면서도 재미있는 언문 소설을 좋아한 장이는 논어 맹자와 같이 어려운 책이 더 많이 팔린다는 사실을 의구심이 들지만 왠지 어려운 한문이 더 중요한거 같고 한문을 알아야 더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중 홍교리의 부탁으로 언문을 필사하기 시작하면서 장이는 필사쟁이의 길을 걷게 되는데 어느날 재미난 이야기꾼 전기수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모두 도리원에 모여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홍교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홍교리로부터 언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모두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니 저 그림속에 나도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홍교리의 서유당을 들락거리면서 장이는 자신의 집보다도 더 허름한 집을 얻어 책방을 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런데 장이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천주학서적 때문에 다시 한번 비바람이 휘몰아 치게 되고 언젠가 홍교리집에서 책심부름을 하다 발견했던 천주학책이 생각이나 홍교리집에 들어가 그 책을 모두 찾아 불태우게 하므로써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천주학은 잘 모르지만 그간 자신을 인정해주어 필사쟁이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준 홍교리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치있는 행동을 한 장이가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 문득 어떤 철학이나 이론보다 인간의 정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이다 .

    도리원 청지기의 도움으로 한양을 빠져나와 대구에 있는 향교에서 필사일을 하던 어느날 자신을 키워주었던 약계책방 최서쾌를 만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독자도 책의 주인공 장이도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이다. 어쩜 이 작가는 주인공 장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글을 써서 내내 마음을 졸이게도 하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더니 마지막엔 전혀 생각지못한 이야기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지 감동이다. 장이는 이제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현판을 달고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있을까? 장이의 그 책방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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