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지음
2020-02-14
12,000원 | 176쪽 | 120*186mm
종합평점 : 4 ( 1 명)
한국 장르문학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강지영 작가의 오감 짜릿한 스릴러

수상한 쇼핑몰을 둘러싼 약탈 누아르

미스터리, 모험,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시대의 이야기꾼으로서 놀라운 소설들을 써온 강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이 ‘새소설 시리즈’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강지영 작가는 흡입력 있고 기발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심여사는 킬러』 『프랑켄슈타인 가족』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 『하품은 맛있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등의 작품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나라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웹툰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기획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활력 있는 작가로 떠올랐다.
강지영 작가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이자, 한국 장르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만한 『살인자의 쇼핑몰』의 배경은 인터넷 쇼핑몰 창고다. 이곳에서 숨 막히는 약탈 누아르가 펼쳐진다. 주인공 ‘나’는 삼촌의 죽음으로 대신 쇼핑몰 창고를 지키게 되고, 창고의 수상한 물품들을 약탈하기 위해 사람들은 차례차례 쳐들어온다.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약탈자들의 정체와 쇼핑몰의 비밀에 관한 실마리를 점차 풀어나가는데……. 단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숨 막히고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가 여기 펼쳐져 있다.


살인자의 쇼핑몰

작가의 말
“잡화상이 뭐야?”
“무엇이든 파는 가게.
뭘 원할지 모르니 미리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돼.”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나, 정지안. 나는 삼촌(정진만)과 함께 살아간다. 삼촌은 나도 모르는 사이 은연중에 인생을 헤쳐 나갈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하며 나를 훈련시켜왔다. “잘 들어, 정지안”으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이렇게.

“잘 들어 정지안, 사과를 깎을 땐 이렇게 칼을 세우지? 그치만 자를 땐 칼끝을 내리게 돼 있어. 칼끝에 목적이 있단 얘기야.
잘 들어 정지안, 거의 모든 일은 처음에 한 결정이 옳아. 비 오는 날 칼국수냐 감자탕이냐 고민될 땐 먼저 생각해낸 메뉴를 택하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칼국수지.”(89~90쪽)

그러던 어느 날 삼촌은 집을 에워싼 동산까지 다 깎아내며 뒷마당에 창고를 짓기 시작한다. 도박판을 진전하던 삼촌이 온갖 잡화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생계를 꾸릴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렇게 착실히 살아가길 몇 년, 나는 대학에 들어간 후 삼촌과 외떨어져 서울살이를 하는데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삼촌이 자살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 깜짝 놀란 나는 신체안치소로 가서 삼촌의 신원을 확인한다.
그리고 삼촌의 영정사진을 구하려고 옛집으로 향하던 중 삼촌의 핸드폰으로 3백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는다. 그리고 8억이라는 거액의 통장 잔고. 나는 삼촌의 집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삼촌의 쇼핑몰에서 모바일 버전 홈페이지 제작 알바를 해왔다는 초등학교 동창 배정민의 도움을 받아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간다. 그러자 불쑥 더헬프닷컴의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 창이 활성화된다.

‘GUEST 1 : 너 누구야? 진만이 아니지?’
‘ADMIN : 죄송합니다, 고객님. 정진만 사장님께서 이틀 전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쇼핑몰 운영은 오늘부터 중단되오니 입금하신 금액도 환불 처리해드리겠습니다.’
‘GUEST 1 : 그래서 너는 누구냐고.’
‘ADMIN : 저는 고인의 가족입니다. 다시 한번 양해 부탁드립니다.’
‘GUEST 1 : 진만이가 죽었다니 말도 안 돼. 그럼 너도 오늘 안에 죽겠네?’(53쪽)

오늘 안에 죽는다고? 섬뜩한 기분이 든 나는 사이트를 뒤졌지만 별 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때 murthehelp.circle이라는 사이트가 열렸다. 더헬프닷컴의 쌍둥이 웹사이트. 판매품 목록에는 도검, 총기, 극약, 마취제, 포장재, 매듭 완제품, CCTV 탐지, 육절 및 대용량 분쇄기, 화학약품, 기타……. ‘머더헬프’ 홈페이지는 디자인은 같았으나 배너에 적힌 카피가 달랐다.

‘지옥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이라면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쇼핑몰의 정체는 무엇일까. 삼촌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배후와 음모 그리고 미스터리가 이야기 속에 도사리고 있을까. 이야기는 빠른 속도감으로 숨 막히게 전개된다.

일촉즉발의 전개 그리고 기발하고 충격적인 반전
“슬퍼하면 안 돼. 검은 개는 그걸 원하니까.
대신 조용히 준비해야지.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을 준비.”

이제 이야기는 쇼핑몰 창고 안으로 쳐들어오려는 살인자들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강지영 작가는 살인자 집단에 대해 기발한 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묘사하는데, 인물들 하나하나 생동감이 넘친다. 추악한 욕망에 함몰된 사람들과 그들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일면을 드러낸다. 아울러, 도저하고 뿌리 깊은 비이성적인 현실을 폭로한다. 무엇보다 소설은 스릴 넘치는 전개를 통해 독자의 혼을 쏙 빼놓으며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데, 감춰져 있는 비밀이 차츰 드러나면서 말미에는 충격적인 결말을 숨겨놓고 있다. 독자들은 소설의 끝까지 읽어 내려가면서 오감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강지영의 스릴러는 역시 좋다. 한국스릴러,살인자들,유쾌한반전,잘들어정지안
    행인 | 2020년 03월 10일
    강지영의 스릴러를 좋아한다. 이번 소설은 중편과 장편 사이 분량이다. 예상한대로 한 번 잡은 후 끝까지 읽었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고, 머릿속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스쳐지나갔다. 실제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은 몇 시간 되지 않는다. 이 길지 않는 시간 속에 재밌는 캐릭터들을 집어넣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액션과 코믹함까지 넣었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하나의 상황에서 삼촌과의 기억을 덧붙여 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은 각성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정확하게 말하면 훈련 효과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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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영의 스릴러를 좋아한다. 이번 소설은 중편과 장편 사이 분량이다. 예상한대로 한 번 잡은 후 끝까지 읽었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고, 머릿속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스쳐지나갔다. 실제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은 몇 시간 되지 않는다. 이 길지 않는 시간 속에 재밌는 캐릭터들을 집어넣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액션과 코믹함까지 넣었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하나의 상황에서 삼촌과의 기억을 덧붙여 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은 각성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정확하게 말하면 훈련 효과지만 말이다.

     

    삼촌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한다. 이상한 삼촌이란 표현이 나온다. 고등학교 진학 전 가출한 후 20년 만에 돌아와서도 집에 머무는데 히키코모리와 다름없는 삶을 산다. 삼촌 정진만은 주인공 정지안에게 참 많은 충고를 한다. 그 중 하나가 검은 개 이야기다. 할머니의 장례식 날에 들려주었다. 개는 다양한 이름으로 나타난다. 충고의 요지는 절대 눈을 피하지 말고, 놈이 가장 아끼는 것을 빼앗으라고 말한다. 여덟 살 소녀에게 할 말인가 싶지만 전화를 받고 삼촌이 갑자기 떠난 후 소녀는 검은 개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 삼촌은 한 달 만에 돌아왔고, 부모님은 장례식장에서 치정에 엮여 돌아가셨다. 이후 삼촌하고 살게 되었다.

     

    삼촌은 작은 쇼핑몰을 운영 중이었다. 이런 삼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지안은 삼촌이 바라는 대로 중어중문학과에 갔고, 삼촌은 안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집에 돌아왔고, 장례식장에서 삼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학창 시절 삼촌이 마을 도박장을 어떻게 박살내었는지 말이다. 노안으로 중학생 때 술, 담배 등을 살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 정도에 머물지 않았던 이유가 잠시 설명된다. 현재는 그 당시 친구보다 열 살은 어려보인다고 할 정도니 동안이라고 해야 하나. 잠시 훈훈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삼촌은 안전에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 집에 몇 개의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열쇠 복사를 금지한다. 집에 들어가려는 그녀에게 다가온 인물이 있다. 사진관집 아들 정민이다. 그는 삼촌의 쇼핑몰에서 알바를 했다고 말한다. 삼촌의 2G폰으로 입금 문자가 온다. 3백만 원, 잔고는 거의 8억 원이다. 정민의 도움으로 입금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삼촌이 죽었다고 말하는데 “그럼 너도 오늘 안에 죽겠네?”란 답이 온다. 뭐지? 정민의 도움으로 쇼핑몰의 숨겨진 사이트로 들어간다. 예상하지 못한 살인 도구들이 판매되고 있다. 도대체 삼촌의 정체는 뭘까? 자살의 이유는? 이런 그들을 찾아오는 한 여자가 있다. 이때부터 상황이 바뀐다.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통신망이 끊어지고, 외부로 연락이 불가능하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은 마체테를 휘두른다. 살육의 밤이 시작되고, 지안 등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삼촌의 창고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어서 펼쳐지는 반전과 액션과 과거 회상 등은 평범한 여대생을 결코 평범하게 만들지 않는다. “잘 들어 정지안,”으로 시작하는 훈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삼촌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또 다른 어둠이 드러난다. 머릿속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꿈틀거린다.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일까? 배후는 누구고? 액션과 미스터리가 교차한다. 그리고 다시 반전이다.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책을 덮을 땐 유쾌하다. 혹시 시리즈 계획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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