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2019-07-22
15,000원 | 336쪽 | 130*200mm
2003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쓴 글들을 글의 성격에 따라 5개 부로 나뉘어 묶은 에세이집이다. 김연수 작가가 대학시절부터 다양한 형태로 쓴 글들로 시처럼 짧은 글도 있고, 대화가 들어간 소설 형식도 있으며, 책을 읽은 감상문도 있다.
한 문학 지망생이 작가로 가는 다양한 글들의 일기이자 기록이다. 작가 김연수는 끊임없이, 쓰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멈칫거리고 그리고 다시 쓰는 사람이다. 시를 발표하고 장편소설을 펴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이십오 년, 그는 여전히 글쓰기라는 업業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그 질문하는 일이 그에게는 곧 ‘쓰기’인 셈이다. 미당의 시를 노래로 만든 황병기의 <국화 옆에서>를 듣다가 그는 깨닫는다. 거울을 보는 누이의 늙은 얼굴에 답이 있었다. “이 세계는 그 거울과 같다. 세계는 늘 그대로 거기 있다. 나빠지는 게 있다면 그 세계에 비친 나의 모습일 것이다.”
프롤로그 내가 쓴 글, 저절로 쓰여진 글 5

제1부 장래희망은, 다시 할머니 13
제2부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 57
제3부 그렇게 이별은 노래가 된다 109
제4부 나의 올바른 사용법 151
제5부 그을린 이후의 소설가 221

참고문헌+ 302
ps 사랑의 단상, 2014년 305
매일 읽고 매일 쓰는 작가 김연수 신작 에세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혹은 이 세계에 일어났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를 끄적이는 일이었다. (……) 그 문장들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시절일기_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은 김연수가 지난 십 년간 써내려간 한 개인의 일기이자 작가로서의 기록이다. 그 시간 안에서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속의 평범한 개인이자 가장이었고, 어쩌면 가장 치열하게 한 시대를 고민했을 사십대의 어른이었고, 지금-여기를 늘 기록하고 고민해야 하는 작가였다.
작가 김연수는 끊임없이, 쓰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멈칫거리고 그리고 다시 쓰는 사람이다. 시를 발표하고 장편소설을 펴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이십오 년, 그는 여전히 글쓰기라는 업業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그 질문하는 일이 그에게는 곧 ‘쓰기’인 셈이다.

이 지옥 같은 세상 속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타자의 고통 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 검은 그림자는 찌꺼기처럼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애도를 속히 완결지으려는 욕망을 버리고 해석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문학의 일이다. 그러므로 영구히 다시 쓰고 읽어야 한다. 날마다 노동자와 일꾼과 농부처럼, 우리에게 다시 밤이 찾아올 때까지.

소설가란 소설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소설가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는 얘기다. 소설 쓰기에 영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다. 소설가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소설을 쓴다. (……) 새로 시도할 때마다 실패하는 것, 그게 바로 데뷔작 이후, 그을린 이후, 모든 소설가의 운명이다.

우리는 이 세상/역사/사회 속에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나 자신의 삶/시간 속에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라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시간을 발견하고 그것이 다시 우리를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뒷걸음치지 않는 것, 혹은 뒷걸음질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견디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시인들은 시를 쓴다. 마찬가지로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소설과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애도를 완결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 글들을 쓰며 작가가 견뎌낸 만큼, 우리는 읽으며 그 시간들을 다시금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쩌면 그를 통해, 함께 (쓰고) 읽는 우리의 일기일지도 모른다. 미처 기록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 우리의 십 년을 그가 대신 써내려간. 그의 개인적인 기록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만으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러므로, 왜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느냐면, 대체불가능하기 때문에.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이지연씨는 아무리 어두워도, 또 아무리 오래 걸려도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에 그동안 뭔가를 하고 싶다며, 십 년 정도 하다가 몸이 아파서 그만둔 서예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 어둠 속에서 기다리며 이지연씨는 말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붓놀림 같은 것들이 눈에 삼삼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다른 사람들 마음에 큰 빛이 되면 참 좋겠구나, 밝은 빛이 되면 참 좋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어둠 속에서는 조금의 빛이라도 너무나 눈부시게 느껴진다. 암흑 속의 빛. 그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빛이다. 그렇기에 기적이다. 아들을 잃고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빛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우리는 직접 겪지 않아도 알고 있다.
지난 십 년간의 일기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밤의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빛들 또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와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이며 그 안에서 발견한 작은 빛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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