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4
15,000원 | 376쪽 | 150*210mm
종합평점 : 4 ( 1 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비롯해 앤드루카네기메달, 아서클라크상 등 무수한 상들을 수상하고 유수 언론 매체의 호평을 받으면서 2016년 가장 화제로 떠오른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제1구역》(2011)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퓰리처상 수상 이유인 “리얼리즘과 픽션의 천재적 융합”이라는 평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이 작품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재해로 종말을 맞이한 세계와 종말 이후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픽션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똑같은 주제나 스타일을 선보인 적 없는 도전적인 작가로 정평이 난 화이트헤드는 전형적인 장르 문학과 결을 달리하는 이 희비극적 소설에서 현대사회에 관한 풍자적 농담뿐만 아니라 현대문명의 종말에 미리 혹은 뒤늦게 보내는 애도를 담았다.
금요일 007
토요일 153
일요일 319
퓰리처상·전미도서상 동시 수상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가 현대 문명의 종말에 보내는 애도의 묵시록

“유일무이한 감동을 안겨주는 소설. 전쟁과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와 블랙유머,
황량한 슬픔과 건조한 농담으로 가득한 문장들.”_〈로스앤젤레스타임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비롯해 앤드루카네기메달, 아서클라크상 등 무수한 상들을 수상하고 유수 언론 매체의 호평을 받으면서 2016년 가장 화제로 떠오른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제1구역》(2011)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퓰리처상 수상 이유인 “리얼리즘과 픽션의 천재적 융합”이라는 평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이 작품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재해로 종말을 맞이한 세계와 종말 이후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픽션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똑같은 주제나 스타일을 선보인 적 없는 도전적인 작가로 정평이 난 화이트헤드는 전형적인 장르 문학과 결을 달리하는 이 희비극적 소설에서 현대사회에 관한 풍자적 농담뿐만 아니라 현대문명의 종말에 미리 혹은 뒤늦게 보내는 애도를 담았다.

종말 이후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픽션
현대사회에 관한 풍자적 농담

어머니는 아버지의 몸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아버지의 창자 한 조각을 홀린 듯이 열정적으로 갉아 먹고 있었다. (…) 그것이 그가 겪은 최후의 밤의 시작이었다. 모두 저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었다._105쪽

소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파괴적인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친 ‘최후의 밤’ 몇 년 후 재건 작업이 한창인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감염된 자들을 수색해 처리하는 임무에 자원한 주인공의 운명적인 사흘을 그린다.
종말 이전 “전형적이고 평균적인 대다수”에 속했던 그는 종말 이후의 세계인 지금 여기에서는 “어떤 의미에서 그제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그는 생존자 캠프에 머물던 당시 자원해 나간 구조대 업무에서 I-95번 도로 다리 위에서의 모종의 사건을 맞닥뜨린 이후 마크 스피츠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때의 활약으로 도시 수색대로 차출되어, 안전구역인 ‘제1구역’에서 잔존해 있는 감염자들을 처리하는 오메가 팀의 대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감염자들은 인간의 살을 뜯어 먹으려 몰려다니는 활동적인 좀비(소설 속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용어는 아니다)인 ‘해골’과 익숙한 장소에 홀로 붙박여 모든 활동을 중지한 채 영원한 현재에 머물러 있는 좀비인 ‘붙박이 망령’(현대 도시인에 관한 훌륭한 은유다)으로 나뉘어 있다. 이 괴물들의 머리를 날려 처리하는 것이 도시 수색대의 임무. 처리한 시체들을 시체 가방에 넣어 거리에 내놓으면 처리반원들이 수거해 거대한 소각장으로 보낸다. 이 장면에서 독자는 9.11 테러와 그라운드 제로의 울림을 통과하는 애도의 텍스트를 읽게 된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날에도, 흩날리는 재 때문에 도시라는 팔레트는 회색으로 숨을 죽였다. 그리고 여기에 구름과 비가 조금 끼어들면, 도시는 어둑함에 바쳐진 제단이 되었다. 그는 묘석을 탐험하는 벌레였다. 묘석에 새겨진 단어와 이름이 크레바스 같아서 그 안에 빠지면 길을 잃었다. 의미 없이 거대하게 솟은 크레바스였다._16쪽

현대 문명의 종말에 미리 보내는 애도
빛나는 영감을 선사하는 소설

‘버펄로’로 불리는 임시정부는 군대가 좀비 무리를 소탕하고 난 뒤의 안전구역인 ‘제1구역’을 조성하고 감염되지 않은 생존자들을 ‘미국의 불사조’라고 낙관적으로 명명하면서 앞으로의 생존 가능성과 미래 역시 낙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현 상태는 과거라는 뜻의 ‘past’와 발음이 같은 ‘PASD(종말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Apocalyptic Stress Disorder)’로 진단된다. 살아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최후의 밤’에 대한 끔찍한 기억이 존재하며, 이러한 기억은 수시로 호출되어 현재의 PASD의 근거로 작용한다.

마크 스피츠는 병을 진단하기 위한 기준이라기보다는 삶 그 자체를 요약해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머리글자를 딴 약어가 미국인들의 혀에 일단 달라붙으면, 잔뜩 짓이겨져서 아주 흥미로운 형태로 변형되었다. (…) “무슨 일이야?” 마크 스피츠가 물었다. “괴물한테 물렸나?” “아니, 과거 때문이야.” 교환수가 말했다. 신병의 신음소리가 또 들렸다. “과거?” “PASD 때문이라고. PASD. 나 좀 도와줘.”_83~84쪽

‘최후의 밤’ 부모로부터의 탈출, 매사추세츠의 농가에서 잠시 취한 휴식, 코네티컷의 장난감 가게에서의 로맨스, I-95번 도로 다리 위에서의 사건 등 마크 스피츠의 과거 이야기가 플래시백 형태로 끊임없이 끼어든다. 그리고 이러한 기법의 사용은 이 작품이 끊임없이 트라우마를 써 내려가고 이야기하고 공유함으로써 애도와 우울의 긴장 관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임을 깨닫게 한다.

“이건 확실해.” 중위가 빙긋 웃었다. “저기 저 장벽이 틀림없이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 바리케이드는 혼란 속에 남은 유일한 은유야. 마지막까지 남은 유일한 것. 혼돈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질서를 유지해주지.”_144쪽

‘제1구역’에 세워진 장벽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지켜질 수 있을까. 소설은 마크 스피츠의 황폐하고 공허한 내면 묘사를 통해 트라우마는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죽음의 군대를 영원히 견딜 수 있는 장벽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마크 스피츠는 “누구 못지않게 평범한 사람이고, 그 덕분에 이 평범한 세상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점과 상관없이 (…) 문을 열고 망령들의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여기 평범한 한 인물의 ‘그럼에도’라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에서 지속되어야 할 삶의 기제가 아닐까.
“현대에 보내는 찬사, 그리고 그 종말에 미리 표하는 애도”로서 빛나는 영감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 새롭게 다가온 종말 문학이다. 좀비물,포스트아포칼립스,pasd,전염병,퓰리처상수상작가
    행인 | 2019년 07월 15일
    낯선 이름이지만 이 작가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썼다는 사실에 먼저 눈길이 갔다.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나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아서클라크상 수상이다. 여기에 덧붙여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재해로 종말을 맞이한 세계와 종말 이후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다. 나쁘게 말하면 흔한 종말과 좀비 소설일 수도 있지만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면 다른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실제 일반 장르소설에서 보았던 좀비와는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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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이름이지만 이 작가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썼다는 사실에 먼저 눈길이 갔다.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나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아서클라크상 수상이다. 여기에 덧붙여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재해로 종말을 맞이한 세계와 종말 이후의 삶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다. 나쁘게 말하면 흔한 종말과 좀비 소설일 수도 있지만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라면 다른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실제 일반 장르소설에서 보았던 좀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감염자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이 교차하는 장면들이 큰 구분 없이 이어진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단 3일 동안 일어나는 일이다. 당연히 과거가 이야기 사이사이에 스며든다. 이 과거와 추억이 무심코 읽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흔한 좀비소설처럼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소설에서 좀비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해골, 망령 같은 단어가 나올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보면 좀비와 아주 닮았다. 기괴한 설정이라면 붙박이 망령 정도랄까. 이 망령은 감염된 채로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그냥 그대로 있다. 도시 수색대가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이 망령을 처리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감염자들은 이미 군대가 한 번 크게 처리한 적이 있다. 다만 건물 곳곳은 아직 미해결 상태다.

     

    제1구역. 별명으로 마크 스피츠로 불리는 주인공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남은 감염자를 처리하는 곳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염으로 인류의 대부분이 좀비처럼 변했지만 힘들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안전한 곳으로 움직여 함께 생활한다. 막강한 화력을 가진 군대가 감염자들을 물리친 후 남은 생존자 중 일부가 한 지역에서 살아간다. 이 생존 과정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주인공의 과거 회상이다.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도 이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도 가족과 친구들은 감염되어 좀비처럼 그들을 물어뜯는다. 주인공이 경험한 장면 중 하나가 어머니가 아버지를 먹는 것인데 이 설명이 상당히 특이하다. 이때 그가 느낀 감정과 심리를 해석한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생존하기 위해 비감염자들은 소리도 내지 않고, 감염자 무리들의 시선도 끌지 않으려고 한다. 비감염자 중 일부들은 무리를 지어 도적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생존자들 중 일부는 감염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 무리도 조심해야 한다. 아직 완전히 감염자들을 몰아낸 것도 아니고, 치료제를 발견한 것도 아닌 상태다. 이 와중에 생존자들의 삶을 터전을 회복하기 위해 군대가 지나간 곳의 건물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일을 수색대가 한다. 뉴욕처럼 거대한 빌딩들이 있는 곳이라면 일일이 확인해야 할 곳도 많다. 수많은 고층건물과 사무실들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장소가 있다는 것은 변수가 언젠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ASD(종말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Apocalyptic Stress Disorder)는 생존자들이 겪는 장애다. 주변에서 가족들이나 친구 등이 먹히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정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치료 방법, 당연히 없다. 혼자 견뎌내야 한다. 정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자살한다. 삶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생존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읽으면서 수많은 좀비 소설이나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정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 작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종말이 왔다고 해도 인간의 의지가 순식간에 꺽이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 대한 많은 찬사들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유혈, 서정, 인간, 핏빛 고어물 등이다. 좀비란 단어가 나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포와 액션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액션은 거의 없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좀비 무리를 기대했다면 책을 덮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종말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종말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싶다면 좀 더 세밀하게 읽으면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좀비들이 방벽을 무너트리고, 인간의 공포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영화의 한 장면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스릴을 즐기는 시간보다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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