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움직이는 것은 당신의 자유의지인가?

죄를 저지른 사람이 범행은 자기 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 뇌의 명령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자신을 변호한다면? 배고파서 중국 음식점에 들어가 자장면을 시켰다면 그것은 나의 의지일까 아니면 원래 그렇게 하기로 결정되어 있던 것일까. 지금 내가 손가락을 하나 까닥였다면 이는 순전히 내 자유의지의 선택일까 아니면 뇌의 반응에 따른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 이전에 일어난 어떤 일과 인과관계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라면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과연 성립할까?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모두 뉴런들의 전기 신호에 의한 복잡한 상요작용일 뿐이라는 현대 뇌과학의 연구 성과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결과들일까?

인간이 행하는 모든 일은 앞에 일어난 사건에 따라 결정되므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했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결정론과, 반대로 완벽하게 자기 의지로 혹은 적어도 일부 인간의 행위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자유의지론은 너무나도 상반된 입장이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왜냐하면 결정론이 참이라면 인간의 모든 행위 역시 결정된 것일 수밖에 없으므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으며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 중심에 대니얼 데닛이라는 과학 철학의 거장이 있다. 1980년대 뇌과학 연구가 눈부신 성과를 내면서 더욱 활발해진 결정론 대 자유의지 논쟁에 대니얼 데닛이 나선 것이다.

데닛은 이 책에서,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자유의지와 도덕을 제공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런 논쟁의 의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그는 진화생물학, 인지신경과학, 경제학, 철학에서 이끌어낸 놀랍고도 독창적인 논증을 통해, 우리가 다윈의 추론을 받아들인다면 가장 단순한 생명체로부터 시작해 도덕과 윤리, 자유의 문제를 탐구하는 가장 심오한 인간 사유까지 빚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작들에서도 그랬듯, 이 책에서도 데닛은 도발적인 표현과 유추를 통한 대중적 글쓰기로 유쾌함과 활기 넘치는 세세한 언어의 천을 직조해낸다. 이 책은 전통적인 윤리학을 어떤 다윈주의적 대안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윤리학을 그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토대 위에 올려놓고자 한다. ‘자유는 진화한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생명을 진화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인간의 자유가 진정 무엇인지 이해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는 데닛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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