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밸컴 지음 | 노태복 옮김
2008-01-14
14,000원 | 356쪽 | 223*152mm (A5신)
그들은 왜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만을 강조해왔을까?
동물의 세계에는 이처럼 즐거움이 가득하고,
즐거움이 더 잘 살아남게 해주는 데도!

즐거움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엔도르핀을 분비시킴으로써 더 건강한 몸을 가지게 해주고, 하루하루를 더 적극적으로 맞이할 원동력이 된다. 더 즐거운 동물이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들’이 오랫동안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을 강조해온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우리 삶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고 싶은 ‘그들의 생각’에 맞는 적당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을 위한 무한경쟁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리라. 그것이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2300년이 지나고, 다윈 이후 120년이 지났는데도, 동물의 즐거움을 전적으로 다룬 책은 지금까지 한 권도 나오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을 보라. 스웨덴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는 환경을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증거가 얼마든지 있는 데도 우리는 아직도 즐거움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다.
동물이 즐거움을 즐긴다는 사실은 ‘함께 살기’라는 점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동물들의 즐거움이 어떻게 ‘이타성利他性’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동물들은 자신의 즐거움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에게 친절하게 행동할 뿐 아니라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붉은털원숭이는 다른 원숭이에게 전기충격을 가할 때마다 받게 되는 먹이를 거부했다. 그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즐거움은 하루하루를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원동력이다. 즐거움은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며 우리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런 이야기는 참고 견뎌야만 성공한다거나, 훈련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것이다. 이 책으로 즐거움을 즐기면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동물의 세계에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 “커튼이 걷히고 새로운 빛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동물도 즐거운 인생을 원한다
혹멧돼지, 바다코끼리, 찌르레기, 참새, 이구아나, 청개구리, 곰치나 복어도 우리 인간처럼 삶의 온갖 즐거움을 경험할까? 이 책의 저자 조너선 밸컴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렇다고 답하며 동물계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는 증거를 과학 연구와 여러 이야기를 통해 제시한다. 밸컴은 자신의 연구를 쾌락주의 동물행동학이라 이름 짓는데, 이는 동물의 적극적인 체험에 보상이 주어지는지 연구하는 행동학이며 동물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윤리적 과학이다. 현재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가 제인 구달과 2000년에 만든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위한 동물행동학자들(EETA)’, ‘책임 있는 동물행동학 연구(CRABS)’ 등이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2300년이 지나고, 다윈 이후 120년이 지났는데도, 동물의 즐거움만을 전적으로 다룬 책은 지금까지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 주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동물이 의식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는 것을 거부하는 꽉 막힌 행동주의가 지배했고 주요 학술지는 아직 동물의 의인화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물학은 물론 뇌 과학, 신경과학 등에서 동물의 의식과 감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런 연구는 동물에 대한 학계의 인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미국 테네시 대학의 동물행동학자 고든 부르크하르트는 과학자들에게 ‘비판적 의인화’를 권한다. 이는 연구하는 종에 대한 생활사, 행동, 생태 등에 관한 확고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노벨상 수상자 콘라트 로렌츠의 오리 연구가 대표적이다. 콜로라도 대학의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는 ‘생물 중심적 의인화’를 옹호한다. 의인화의 관점이 아니라 동물의 관점을 고찰하려는 시도다. 미국 보울링 그린 주립대 신경과학자인 야크 판크세프는 “동물의 의식을 부정하는 것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던 인간 중심적인 견해만큼이나 얼토당토않다”고 반박한다.

저자 조너선 밸컴은 동물의 즐거움에 눈뜨면 커튼을 걷은 것처럼 새로운 빛으로 자연을 보게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동물의 즐거움은 동물을 개별 존재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며 생물학자 윌슨이 내세운 ‘생명 사랑(biophila)’의 관점을 갖게 한다. 인간은 동물을 대개 한 종의 구성원으로 여기지만 양은 얼굴 사진만 보고 50마리가 넘는 동료를 식별할 수 있으며 이 능력을 2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 모든 양을 오비스 아리스라는 학명 아래 하나로 여기는 것은 세잔느의 그림을 모두 똑같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적자생존이 아닌 낙樂자생존
리처드 도킨스는 ≪에덴의 강≫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총량은 어지간한 짐작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이 문장을 쓰는 데 걸리는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산 채로 잡아먹히고, 다른 동물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살려고 도망 다니며…”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진화론으로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자연선택과 성공적인 번식만 고려하다 보니 생명체 하나하나가 누리는 경험과 느낌, 감정, 기쁨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즐거움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진화와 경험의 상호작용에 주목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진화론으로 볼 때 동물은 유전자에서 비롯한, 생존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경험과 감각, 취향이기도 하다. 예컨대 너구리는 생존을 위해 먹이를 먹고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지만, 먹이를 고르고 살펴보고 냄새 맡고 맛보는 과정을 통해 그 먹이를 즐기기도 한다.

즐거움은 또 진화론과 상관없이 실질적인 이득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즐거움은 스트레스를 줄여 생존 가능성을 늘인다. 즐거운 활동은 오피오이드나 엔도르핀 같은 스트레스 감소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최근 파우나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가 만족할 때 보이는 그르렁거림에 무의식적인 치유 효과가 있어서 부러진 뼈와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한다.

이처럼 동물의 즐거움이 적응에 이롭다는 이론은 이미 1884년 저명한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조지 로마네스가 밝힌 바 있으며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 신학자 찰스 하트숀, 조류학자 알렉산더 스커치 등도 주장했다. PET, MRI 등 최근 뇌 영상 기술은 동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경험한다는 증거를 더욱 자세히 밝혀준다. 예를 들어 기니피그의 어미와 새끼를 떼어놓을 때 이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뇌 부위는 사람이 슬픔을 경험하는 뇌 부위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동물들의 즐거움
저자 조너선 밸컴은 이 책의 대부분을 동물의 다양한 즐거움을 보여주고 증명하는 데 쓰고 있다. 놀이, 먹이, 교미, 접촉, 사랑, 초월적인 즐거움 등 삶의 전반에 걸친 즐거움을, 파리와 같은 곤충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이 즐긴다는 놀라운 보고서다.

대표적인 것이 교미다. 흔히 동물의 교미는 순전히 일일 뿐 즐거움이라고는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동물 행동에 관한 교과서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까지, 동물의 행동은 전부 진화의 목적으로 행해질 뿐이며 교미도 예외가 아니라는 내용 일색이다. 하지만 많은 동물이 번식기 외에도 일상적으로 교미하거나 다른 성행위에 관여한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은 다양한 형태의 구강성교, 손발을 이용한 성기와 항문 자극, 심지어 이종 간의 성적 결합도 한다. 또한 영장류, 육식동물, 박쥐, 해마, 발굽동물, 고래류와 설치류 등 최소한 7목目의 포유류가 자위행위를 하며 최소한 300종의 척추동물이 동성애, 엄밀히 말해 양성애 행위를 보인다.

먹는 일에서도 동물의 즐거움이 인간 못지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고기도 먹이를 즐길 수 있을까? 물고기도 분명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미 1920년에 밝혀진 사실이다. 연준모치는 훈련을 받으면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내는 물질, 그리고 여러 천연 설탕을 구별할 수 있다. 몇 년 뒤에 발표된 연구에서 배고픈 연준모치는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것보다 512배나 낮은 농도의 설탕을 감지했으며 최대 184배나 낮은 농도의 소금도 감지할 수 있다.
동물도 우리처럼 같은 음식에 싫증을 낼까?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까마귀의 마음≫에서 자기가 직접 먹이를 주며 키운 큰까마귀 새끼들이 며칠 동안 같은 먹이를 주니 먹이를 거부했다고 적었다. 2003년의 한 연구로는 노르웨이쥐와 황금햄스터는 여러 날 동안 한 가지 먹이만 먹다가 새로운 음식을 주면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물들의 놀이, 접촉, 사랑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다. 놀이의 예만 잠깐 살펴보자. 캘리포니아 대학의 샤알라 키는 아일랜드에서 갈까마귀 무리를 보았다.
“그(그녀?)는 전화선 위에 올라서 있다가 몸을 뒤로 넘겨서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리고는 힘을 빼서 날개를 축 늘어뜨리곤 했다. 가끔 땅에 내려가 잇는 동료들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5초쯤 지나자 전화선을 놓고 날아가더니 다시 전화선에 앉아서 아까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동안에 세 번이나 그렇게 했다. 순전히 놀이로 하는 행동이었다.”
미끄럼 타기는 많은 동물에게 인기 있는 놀이다. 눈 덮인 언덕이나 진흙 또는 풀밭 비탈길은 펭귄, 수달, 큰 까마귀와 곰에게 썰매를 탈 기회를 준다. 알래스카 물소가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심지어 동물원에 있는 어린 악어도 미끄럼을 타고 비탈을 내려와 물속으로 풍덩 빠지기를 반복한다
1장 왜 동물의 즐거움에 주목하는가?
낙樂자생존
금지된 즐거움
동물의 영리함

2장 동물의 즐거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놀이
먹이
교미
접촉
사랑
초월적인 즐거움
파리에서 물고기까지

3장 동물의 즐거움을 시작으로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
책 속의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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