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 Dirk Gently's Holistic Detective Agency (1987)
2009-08-06
13,000원 | 388쪽 | 210*140mm
시간여행을 핵심적인 요소로 하는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40억 년 전, ‘사락사란’이라는 여러 개의 촉수가 달린 외계생물 90여 마리가 자신들의 세상에 불만을 품고 떠나와 지구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엔지니어의 나태함과 전자수도승의 잘못된 충고 때문에 사락사란들은 모선을 궤도에 둔 채 상륙용 소형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내려오게 되는데 그 소형 우주선이 상륙 도중 폭발하고 만다. 그리고 폭발 시 새어나온 아마노산으로 지구에 생명체가 싹트기 시작한다. 살아생전에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죽은 사락사란 엔지니어는 유령이 되어 지구를 떠돌면서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 유령은 영국 세인트 체드 대학의 흠정 연대기 강좌 교수인 렉이 타임머신을 소유하고는 있으나 사용할 줄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그 유령은 시인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를 조종해 ‘쿠블라이 칸’이라는 시의 제2연에 망가진 상륙용 소형 우주선 수리를 위한 지침을 넣게 하고, ‘늙은 선원의 노래’라는 시에 추가 참조 사항을 포함시키도록 한다. 그리고 그 유령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소형 우주선의 폭발을 막고자 렉을 조종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현재, 사락사란 유령은 렉에게 미약하게나마 겨우 영향력을 행사하여 타임머신을 사용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공간 이동 방을 만들어 머나먼 행성에서 배회하던 전자수도승을 지구로 데려온다. 하지만 그 전자수도승은 마더보드가 고장 난 상태라서 온갖 종류의 종교 의식을 계속 번갈아가며 수행하는 등 유령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유령은 그 전자수도승을 버리고 다른 대상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잡지사 편집자로 일하다 최근 해고되어 작가로 전향한 마이클 웬튼 위크스를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유령은 마이클로 하여금 잡지사의 새 편집장 앨버트 로스를 살해하게 하고 콜리지의 시들을 읽게 만든다. 과거 소형 우주선의 폭발을 막기 위해 타임머신을 이용할 목적인 것이다. 그러려면 그 타임머신을 소유하고 있는 렉에게 맞서도록 마이클을 조종해야 한다.
한편, 전자수도승은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웨이 포워드 테크놀로지 II 사의 회장 고든 웨이에게 무기를 발사하고 만다. 죽을 당시 고든 웨이는 여동생인 수잔의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기려던 참이었다. 그 후로도 전자수도승은 몇 건의 우발적인 사고를 일으킨다. 죽기 직전, 고든 웨이는 마이클 웬튼 위크스가 앨버트 로스를 살해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전화통에 대고 그 사실을 간신히 수잔에게 전한다.
그런데 렉의 제자이고 수잔의 남자친구이며 고든 웨이 밑에서 일하는 직원인 리처드 맥더프가 고든 웨이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는다. 리처드는 수잔의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고든 웨이의 메시지를 지우려 하다가 더크 젠틀리(리처드의 대학 동기이며 ‘신성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탐정)와 맞닥뜨리게 된다. 더크 젠틀리는 런던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화번호는 01-354-9112이다. 그는 한 때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세인트 체드 단과대학 학생이었으나 다가올 시험에 대비해 자신이 만든 예상 시험지를 돈을 받고 팔려다가 발각되어 불명예스럽게 학교를 떠난 바 있다.
리처드와 얘기를 나눠본 더크 젠틀리는 리처드의 괴상한 행동들이 모두 유령의 조종을 받은 탓이며 그 모든 일의 중심에 타임머신이 있음을 알게 된다. 더크와 리처드가 찾아가 묻자 렉은 타임머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사락사란 엔지니어 유령이 씌운 마이클이 찾아와 그들을 설득한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상륙용 소형 우주선을 수리해서 폭발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더크와 렉, 리처드가 마이클에게서 유령을 쫓아내고 조사를 해본 결과 마이클이 로스를 살해했다는 사실, 소형 우주선의 폭발로 인해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크와 렉, 리처드는 합심하여 타임머신을 가동시키고 과거의 인물인 콜리지를 찾아가 시를 짓는 그를 방해하여 ‘쿠블라이 칸’과 ‘늙은 선원의 노래’의 시구를 달리 쓰게 만든다. 그 결과 사락사란 유령은 소형 우주선의 폭발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지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더크와 렉, 리처드는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사락사란 모선을 파괴한다.
더크와 렉, 리처드는 현재로 돌아온다. 렉의 타임머신은 더 이상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현재는 그들이 기억하는 모습을 거의 대부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부분들이 달라졌다.
첫째, 한 번도 고장 난 적 없던 렉의 전화기는 사용할 때마다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었다. 둘째, 사락사란 모선이 40억 년 간 지구를 관찰하며 수집해온 데이터로 만들어진 음악은 리처드의 컴퓨터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셋째, 더크에게 오래 전에 의뢰되었던 사건들도 더 이상 해결하러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타임머신 작동으로 인해 현재의 모습이 다소 바뀐 것이다. 그 전에 더크가 의뢰를 받고 찾아다니던 고양이는 실종된 적조차 없고 2년 전 주인의 품에서 죽었다고 한다. 이에 더크는 그 의뢰인에게 ‘작업항목: 인류를 구했음 - 무료’라고 수정한 청구서를 발송한다.
  • 오역 논란을 떠나 코믹한 이야기
    이매지 | 2009년 09월 21일
    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더글러스 애덤스의 다른 작품은 더 소개되지 않을까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입장에서는 영화도 찾아볼 정도로 나름 빠져들었는데, 취향을 타는 책이라 다른 작품이 소개될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오랫만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였다. 유령에 SF에 코믹, 탐정, 타임머신 등등 이 책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럼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코믹'인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믿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수도사'를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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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더글러스 애덤스의 다른 작품은 더 소개되지 않을까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입장에서는 영화도 찾아볼 정도로 나름 빠져들었는데, 취향을 타는 책이라 다른 작품이 소개될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오랫만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였다.

    유령에 SF에 코믹, 탐정, 타임머신 등등 이 책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히치하이커>처럼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코믹'인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믿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수도사'를 비롯해서 독특함이 넘치다 못해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캐릭터들이 잔뜩 존재한다. 다들 나사가 하나씩은 풀린 것 같은 캐릭터들이라 읽으면서도 꽤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독특한 상상력과 빵 터지는 유머를 기대하고 본다면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제목의 오역 문제에 대한 찝찝함 때문에 책을 삐딱한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책 속에서는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에 대해 더크 젠틀리는 이렇게 말한다.

    제 탐정사무소에 '성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모든 사물은 기본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문감식용 파우더를 쓴다든지 호주머니 잔털을 증거로 확보한다든지 발자국을 확인한다든지 하는 쓸데없는 짓은 안 합니다. 세상만사가 돌아가는 패턴, 그리고 이리저리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물리적 세계에 관해 대충만 알고 살아가지만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는 훨씬 복잡 미묘하거든요, 로빈슨 부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부인이 치통 때문에 침술사를 찾아가면 침술사는 부인의 허벅지에 침을 놓지요. 그 이유를 아십니까, 로빈슨 부인?
    모르신다고요. 예, 저도 모릅니다, 로빈슨 부인. 하지만 저희는 그 이유를 알아낼 겁니다.


    'holistic'이라는 단어로 보나, 책 속의 내용으로 보나 '성스러운'이 아니라 '종합적인'이나 '전체론적인'이 되어야 옳을 것 같다.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관계자(혹은 옹호자)의 글이 올라왔는데, 그 분의 말에 따르자면 제목은 오역이 아니라 일부러 그런 선택을 했고, 흔히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뭐 그렇다고 영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오역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크 젠틀리가 등장하는 다음 시리즈인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도 읽게 될 것 같다. 이렇게 헤어져버리기엔 너무나 큰 웃음을 선사해준 재미난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히치하이커>의 엄청난 분량때문에 겁을 먹은 독자라면 이 책으로 가볍게 더글러스 애덤스 식의 유머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면서도 유머만큼은 <히치하이커> 못지 않았던 책이었다. 정통 추리소설, 정통 SF를 기대하고 본다면 '뭐 이런 책이 다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저 웃고 즐기려고 보기엔 롤러코스터같이 정신없는 이 책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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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한줄
  •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中

    *전자수도사는 식기세척기나 비디오녹화기처럼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된 장치였다. 식기세척기는 여러분을 대신해 지긋지긋한 설거지를 해주고 직접 식기를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비디오녹화기는 여러분을 대신해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면서 여러분이 화면을 직접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고생스러움을 덜어준다. 전자수도사의 역할도 이와 비슷했다. 여러분을 대신해 무언가를 믿어주는 것, 점점 성가시고 부담스러워지기만 하는 그 일을 대신해주는 것, 세상이 여러분에게 믿으라고 하는 것들을 대신 믿어주는 것이다.  -p.12~3


     


    *"무언가를 확실히 이해하고 싶을 때 쓰면 제일 좋은 방법은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설명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학생들이 우둔하고 머리가 나쁠수록 교수님은 지식을 더욱 간단한 개념으로 나누고 정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본질입니다. 복잡한 개념을 단계별로 나누어 멍청한 기게로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 작업을 완성할 무렵엔 교수님 스스로도 그 개념을 확실히 익히게 되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교사가 학생보다 더 많이 배운다고들 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식탁 저쪽에서 누군가가 나지막하게 투덜거렸다.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지 않은 다음에야 학생보다 덜 배우는 게 오히려 더 어렵지."  -p.37


     


    *"컴퓨터 작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록 밴드에서 키보드 연주도 해봤는데요. 별로 도움이 안 됐습니다."
    "그 얘기는 지금 처음 듣는데. 자네의 과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암울하구만. 마치 이 수프처럼 찝찝한 맛이야."
    리즈는 냅킨으로 입가를 꼼꼼히 닦으며 말을 이었다.
    "언제 한번 주방 직원한테 가서 얘길 해야겠어. 어설프게 하지 말고 정량대로 꼭 맞춰 요리를 만들라고. 그래, 자넨 록 밴드를 했다고 했지. 그것 참, 흐흠. 놀랍네그려."
    "예. 저희는 '상당히 훌륭한 밴드'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만 그 이름처럼 되지는 못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80년대 초의 비틀즈가 되자는 것이었는데 저희는 비틀즈보다 훨씬 훌륭한 재정적, 법적 조언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그 조언은 바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밴드 활동을 집어치웠습니다. 저는 케임브리지를 떠났고 그 후 3년 동안 배를 곯았죠."  -p.38


     


    *"예, 거리 청소부 일을 하며 잘 지냈죠. 길에는 쓰레기가 끔찍스러울 정도로 많았거든요. 평생 그 일을 하며 먹고 살아도 될 정도로요. 그런데 다른 청소부의 담당 구역으로 쓰레기를 밀어놓았다가 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
    리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한테는 맞지 않은 직업이었군. 남한테 쓰레기를 떠다밀고 고속 승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p.39


     


    *반가운 질문이네요, 로빈슨 부인. 제 탐정사무소에 '성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모든 사물은 기본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문감식용 파우더를 쓴다든지 호주머니 잔털을 증거로 확보한다든지 발자국을 확인한다든지 하는 쓸데없는 짓은 안 합니다. 세상만사가 돌아가는 패턴, 그리고 이리저리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물리적 세계에 관해 대충만 알고 살아가지만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는 훨씬 복잡 미묘하거든요, 로빈슨 부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부인이 치통 때문에 침술사를 찾아가면 침술사는 부인의 허벅지에 침을 놓지요. 그 이유를 아십니까, 로빈슨 부인?
    모르신다고요. 예, 저도 모릅니다, 로빈슨 부인. 하지만 저희는 그 이유를 알아낼 겁니다. 대화 즐거웠습니다, 로빈슨 부인. 이만 끊습니다. -p.184~5


     

    이매지 | 2010-04-27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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