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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포토]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이지누 저자와 만남 조회수 : 14432
글쓴이 : 알지랑 날짜 : 2012-05-10 17:31:00 추천 : 0 반대 : 0
첨부파일 : 이지누13_2012051017415651.jpg
 


이주 전,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될 무렵 화순에 있는 운주사에 다녀왔다. 운이 좋게도 구매한 도서의 이벤트 당첨으로 따라가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사찰 여행에 재미를 붙인데다 이번에 구매한 책이 폐사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호기심이 동했다. 책도 책이지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풀어낸 이지누 선생과 동반 여행이라는 점이 더 관심을 끌었다. 12일의 여정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아서 아직도 마음은 그곳, 운주사와 월남사터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날도 따뜻해지고 사찰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인지라 이지누 선생의 책을 벗 삼아 나도 살아 있는사찰보다는 사라진절터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싶다.


이른 아침의 출발이 아니라 느긋했다. 점심 즈음에 만나 대절한 버스를 타고 떠났다.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를 출간한 알마 출판사는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고 했다. 처음이라고는 했지만 사전답사를 했기에 그런지 여행 내내 불편함이 없었다. 이번 여행엔 따로, 각자의 의도를 가지고 신청한 지인이 같이 당첨되었다. 혼자서도 잘 다니긴 하지만 뜻밖으로 친한 친구와 같이 가는 여행은 더욱 좋았다. 심심하지 않은 여행길. 내내 즐거웠던 것은 사실.


첫 날의 일정은 숙박지에 도착하는 걸로 끝났다. 화순, 서울에서 꽤 오래 걸리는 곳에 위치한 곳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 출발을 일찍 했다면 한 곳 정도는 더 볼 수 있었겠으나 나는 서두르지 않은 이번 일정이 어쩐지 맘에 들었다.

 
버스 안에서 이지누 선생의 인사말이 있었다. 그는 몇 년 전에 폐사지 관련하여 답사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거의 6년만이라 했다. 책을 펴낸 것도 그만큼이 되었는데 글을 쭉 써오고 있었지만 몇 년 전에 많이 아팠던 탓에 중단 되었다가 알마 출판사의 권유로 마무리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답사를 하게 될 만큼 건강을 회복하여 행복한 일이라고.


원래 계획은 쌍계사길을 보여주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이 공사 현장이라 할 만큼 갈 때마다 변하고 있으니 그곳도 그랬다. 할 수 없이 장소를 변경했다. 화순 운주사로. 하지만 꼭 한번 쌍계사길을 걸어보라고 했다. 이지누 선생은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를 읽고 이지누 식의 텍스크가 아닌 각자의 텍스트로 가공하여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에 출발을 한 셈이었는데 의외로 길이 막히지 않았다. 휴게소에서도 느긋하게 한참을 휴식을 취했고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서 화순에 도착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 심어 놓은 예쁜 꽃들을 보며 이름을 맞춰보고 사진을 찍었다. 두부 요리가 전문이었던 식당은 앞마당에 심어 놓은 여러 가지의 들꽃들의 화단만큼이나 깔끔하고 맛있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근처에 있는 도고 온천으로 갔다. 방 배정을 받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지누 선생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다.


앞으로 계속 알마 출판사에서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후속편이 나올 예정인데 이번에 나온 전남 편을 비롯하여 아직 출간 전인 전북 편의 폐사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폐사지의 매력

전라남도에 다녀올 때면 몸과 마음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행복한 순간들로 충만해지곤 했다. 걸음을 나눴던 장소가 온전한 절집이거나 피폐한 폐사지여도 상관없는 일이다. 드문 경우지만, 그 장소가 아름답지 않았던 곳은 없다. 이 책에 실린 아홉 군데의 폐사지들 거의 그렇다. 스스로 빼어난 풍광을 뽐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가슴 아플 정도로 피폐한 모습인 곳들도 있다. 하지만 그 어디라도 그곳에 깃들었던 스님들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다. 그들이 남긴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가 지극히 아름다워 되뇌며 흉내 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더구나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그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스님들까지 함께 머문 곳들도 있었으니, 그런 곳에 다녀온 날이면 벅찬 가슴을 달래기가 만만찮았다._들어가는 말,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이지누 선생이 폐사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 전이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옛날, 그 치유를 위해 떠났던 길이었고 그곳에서 절대고독을 맛본 이후 그의 폐사지에 관한 사랑은 시작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요즘 걷는 게 마치 유행처럼 번졌는데 올레길 같은 것도 정신적인 치유보다는 오히려 육체적인 것과 풍경을 맛보기 위해 걷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찰 여행을 다녀도 습관적으로 문화재나 답사할 뿐이지 그곳에 가서 자연을 느끼고 맛보는 시간 같은 것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다. 한번 훑어보면 끝인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폐사지의 경우는 아무것도 없단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다. 그러니 혼자 생각을 하게 된단다. 이곳엔 누가 살았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가끔은 주변에 홀로 서 있는 돌조각이나 비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때론 꽃이나 나무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오래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데 사진은 빛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한 장을 찍기 위해 하루 종일 한 곳에 머무를 때도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라고 했다. 오늘도 6년만의 외출이었지만 산의 색깔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단다. 나무와 꽃들이 선생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단다.


폐사지에 다니려면 불교나 유교적 공부가 필수다. 그곳이 폐사지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조상들이 써놓은 글밖에 없는데 그 이야길 파고들지 못하면 그곳에 폐사지가 있었는지 아닌지도 모르니까. 이지누 선생은 폐사지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안정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보내다가 도시로 가면 어쩐지 귀양살이를 하러 가는 느낌이었다고 하니 천상 그는 폐사지 폐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보통 폐사지나 절에 가는 이유는 종교적인 것도 있지만 불교 미술과 관련해서도 많이들 찾아간다. 불교 미술의 화풍으로 시대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탑의 모양이나 층수, 절의 형태 같은 것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다. 그들은 그렇게 보통 20분 남짓 구경하고 간다. 미술 외는 등한시 하는 거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사상적 변화가 있었는지 따져보다 보면 죽칠 수밖에 없음에도 그런 걸 느끼지 못하는 거다. 오로지 미술로만 판단을 하는 셈. 그렇게 따지면 절에 오는 모든 사람이 그럴 것 같다. 절 여행을 혼자 다니기 전에는 나 역시 그랬으니까. 절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는 사람처럼 휘리릭, 보고 나면 바로 나와버렸다. 특히 사람이 많으면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하나하나 잘 살펴본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기는 하지만 시간만은 아쉽지 않게 넉넉하게 쓰고 오는 것이다.

 
강연은 간단하게 폐사지와 관련한 저자의 이야기와 사진을 하게 된(그는 원래 사진을 찍는 일을 했던 사람이다) 동기에 관해 들은 후 질문의 시간을 가졌으며 이후 슬라이드를 보면서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보여준 사진들은 모두 다음에 나올 책에 수록될 사진들이었다. 운이 좋게도 우린 미리 그 이야기를 듣게 된 셈이다. 전남 편도 좋았는데 사진을 보며 직접 얘길 듣다 보니 전북, 충청, 경기까지. 모든 책이 욕심나고 말았다. 전남 편만으로도 한번씩 다녀오려면 일 년은 족히 걸릴텐데;; 열심히 받아적어 다 풀어주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궁금하면 일단 책을 읽어보시라고^^;;;


두어 시간에 걸친 강연이 끝나고(더 듣고 싶었으나 시간이 너무 흘렀다. 강연은 들어도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던!) 가지고 간 책에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취침. 폐사지 답사는 다음날 화순 운주사부터 시작 되었다.

나말여초에 완도를 중심으로 선종 불교를 받아들임으로써 기존의 교종과는 다른 새로운 사상을 진작시켰는가 하면, 고려시대에는 불교 자체로서 선교 양종의 회통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 또 조선 후기에는 대흥사를 중심으로 선종과 교종을 구분하지 않고 둘 다를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유교와의 교류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기존 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신선한 계기가 되었다. 전라남도의 폐사지를 거닐며 되새겨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신선한 시대정신이다.
남도가 이렇듯 긴 세월 동안 시대정신이 움튼 특별한 곳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지역민들의 호방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리적인 조건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남도는 불교문화가 활발히 꽃을 피우던 통일신라시대부터 중앙정부인 경주와는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고려의 개경, 조선의 한양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사정거리 안에 간 한 차례도 있지 않았다. 물론 그 때문에 경제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낙후되었지만 오히려 사상은 분방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불교사상은 물론 불교미술 또한 여타 지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기존 질서와는 다른 불교문화는 우리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남도는 아름답다. _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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