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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포토] 연희목요낭독극장 조회수 : 19632
글쓴이 : 알지랑 날짜 : 2011-07-04 18:56:00 추천 : 0 반대 : 0
첨부파일 : eoans_20110704185734555.jpg



연희목요낭독극장 "이야기 상륙작전"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후가 되면서 비는 그치고 후텁지근한 날이 되었다. 비 온 뒤의 습기가 온몸으로 느껴져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인지 물인지 흘러내렸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작년 늦여름에 처음 가본 것 같다. 연희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입주해 있는 작가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정원이 아름다워 산책겸 한 바퀴 돌아도 좋은 곳이다.



지난 목요일 이곳에서 목요낭독극장이 열렸다. 목요낭독극장은 매달 두 명의 작가를 초대해 작품을 중심으로 책과 연극, 노래가 어울린,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치는 행사다. 처음으로 그 행사에 참석한지라 여느 낭독회나 마찬가지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짜임새 있고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6월의 작가로 초대된 분은 《나는 여기가 좋다》의 한창훈 작가와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를 쓴 유용주 작가였다.

낭독극을 하는 장소엔 한창훈 작가와 유용주 시인, 박남준 시인과 안상학 시인이 함께 컨테이너 상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널 때 배에서의 생활을 찍은 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다들 꽤나 젊더라는; 그리고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먼저 한창훈 작가의 《나는 여기가 좋다》에 나오는 단편 〈나는 여기가 좋다〉의 낭독극이 시작되었다. 〈나는 여기가 좋다〉에는 섬에서 태어나 섬 남자에게 시집 와 이십오 년을 함께 산 부부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어장이 죽어 이 년 어장을 다니다 삼 년 내리 선착장에 묶여’ 있는 바람에 손해를 본 남자가 궁여지책으로 배를 팔고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한동안 먹을 고기나 낚자 싶어 아내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와 나눈 이야기다. 아내는 섬을 떠난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정말 간다는 것을 눈빛 보고 알았다. 그 속에는 수평선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고 애원도, 원망도 없었다.

섬에서 태어난 것이 전생에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 말하는 아내. 그런 아내를 어떻게든 잡아 보려하지만 이젠 늦었다는 것을 남자는 안다. 아버지의 유언처럼 훌륭한 선장이 되고 싶었지만 그는 뱃사람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훌륭한 선장은 훌륭한 남편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에서 남들보다 나았지만 훌륭한 선장은 되지 못했다. 바다를 좋아하고 배타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남자에게 아내는 말한다.

“사실 옛날부터 이 말 하고 싶었소. 그런데 바다와 배를 쳐다보는 당신 눈빛이 불타는 것 같어서 미루고 또 미루었소. 이 배 지을 때, 내 말 안 듣고 빚 얻어 이렇게 크게 지을 때, 그때는 혼자 밤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소. 근데 차마 못 했소. 내가 먼저 판을 깨지 말아야겠어서.”

그런 아내가 이젠 섬을 떠난다고 한다. 아직 늙지 않았으니 육지로 나가 살자고 애원도 한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런 남자에게 아내는 육지가 무서워서, 섬에서는 모두가 잘났다고 추켜세워 주는데 육지 가면 그렇지 못하니까 그게 겁나는 게 아니냐고 쏘아 붙인다.

“결국 바다가 당신을 망친다는 것을 모르요? 생각해보시오. 이 배 때문에 우리 빚더미에 올라앉기 전에는 당신 이러지 않았소. 술 취해 행패부리지 않았단 말이요…… 사람 사는 곳은 여기가 아니고 육지란 말이요. 거길 나두고 뭐가 좋다고 바다 한가운데 이 나무판때기 위에서만 살라고 그러요.”

그는 생각했다. ‘(…) 표주박처럼 살았다. 바다 한가운데 몇 뼘 땅일 뿐인 섬과 몇 발자국 나무판자인 배에 떠서 살았던 것이다. 아주 넓게, 거치적거리는 것 없이 살았……’는데 바다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아내의 말처럼 여기를 벗어나는 게 무섭고 싫어서일지도 모른다고.



단편으로 낭독극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낭독 사이사이 시노래패 ‘징검다리’가 노래를 불렀고 낭독이 끝난 후 한창훈 작가와의 대화시간. 사회는 연극배우인 김정균 씨가 맡았다.

《나는 여기가 좋다》는 나온 지 2년이 지난 책이다. 극이 어땠냐고 묻자 한창훈 작가는 이렇게 슬픈 소설인 줄 몰랐다며 웃었다. 한창훈 작가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바다와 섬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한다고 하니 그건 태생이 그곳이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으며 잘 아는 것을 쓰는 게 잘 쓰는 일이기에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낭독을 하셨고 처음 보여주었던 비디오에 대한 짧은 설명이 있었다. 한창훈 작가는 섬 출신이어서 섬과 바다 이야길 써왔다. 우리나라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없다. 바다 이야기가 나오면 그저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로 가서 바다를 보고 오는 그런 내용들뿐이었다. 선원 출신 작가를 제외하고는 해안선을 넘어가볼 생각을 안 한다.「“고작해야 바닷가와 근해에 머물던 한국 해양문학의 범위를 대양으로까지 확장하고자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한겨레 최재봉 기자의 글 중)」 생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서 해보고 싶었고 바다 건너가고 싶었다. 비디오에서 보듯 컨테이너상선을 탔다(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세 명의 시인(안상학, 박남준, 유용주)과 한 명의 소설가 한창훈 작가가 쓴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를 읽어보면 아주 자세히 알 수 있다). 인도양을 지났고 대서양을 지났다.

그리고 이어진 유용주 작가의 낭독극은 가수 최고은의 유용주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를 먼저 부르면서 시작했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는 ‘군대 시절부터 삼십대 중반까지 그가 “세상의 밑바닥을 뒹굴고 핥고 빨고 깨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얻은” 잡범 딱지에 대한 연대기’라고 한다. 시간이 없어 앞부분만 읽은 터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연극은 앞부분, 김호식이 조서를 받는 장면이었다. 하나의 유쾌한 연극이었다. 배우들이 어찌나 리얼하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는지 나 또한 이 책이 왜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재미있는 것은 책의 내용 중에 탄원서를 쓴 부분이 나오는데 그게 사실은 한창훈 작가가 쓴 글이라는. 소설 속의 후배 성도 한 씨다. 둘의 친분 관계를 안다면 알려주지 않아도 읽으면서 이 ‘한’ 씨가 한창훈 작가? 하게 된다.

연극이 끝난 후 유용주 작가와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유용주 작가는 책 속의 내용 대부분이 그의 경험에서 나온 글이란다.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나름의 핸디캡이라 했다. 오래 전 느낌표에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가 선정되면서 굉장한 자만심에 빠진 적이 있었단다. 문장이라면 자신을 넘을 작가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한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다 거품이었다고 말했다.



대화를 마치고 유용주 작가의 낭독이 있었다. 그리고 유용주 작가는 앞으로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을 거라며 아마 이 행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들 깜짝 놀랐지만 그가 그렇게 말해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으면 다시 독자들 앞에 서는 날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유용주 시인의 폭탄선언으로 말미암아 나는 유용주 작가의 낭독과 작품에 대한 대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모든 시간이 끝나고 사인회를 가진 후 사진을 찍고 이 날의 행사는 끝이 났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낭독극장은 꽤 괜찮았다. 독특한 콘셉트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노래와 연극과 책이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제야 처음으로 낭독극장을 보게 된 것이 많이 아쉽지만 앞으로 있을 목요낭독극장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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